20201227. 2020년 회고하기

20201227. 2020년 회고하기

약속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캘린더를 보며, 일 년이 왜 이렇게 빠른지 생각하다가, 한 해를 잘 보냈다는 뿌듯함 보다는 허무함이 몰려왔다.

2020년 돌아보기

먼저 캘린더를 열어봤다.

올 한해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머리 속이 복잡해서 캘린더를 보면서 하나씩 정리하고 싶어졌다. 캘린더를 열어서 1월부터 몇 번 아래로 내려가니 벌써 2020년 12월이었다. 업무 내용이나 약속이 간단하게 적힌, 그나마도 한 달 한 달이 스크롤을 내릴수록 개인적인 일들과 약속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캘린더를 보며, 일 년이 왜 이렇게 빠른지 생각하다가, 한 해를 잘 보냈다는 뿌듯함 보다는 허무함이 몰려왔다. 올 해에 내가 한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봐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다짐했는데 마음이 먹어지지가 않는다. 새 계획은 내년에 하기로 하고, 그보다는 나에게 마음정리가 더 필요한 것 같다.


1월부터 6월은

2020년이 시작되고 나서는 굉장히 바빴었다. 작년에 연구소 조직이 개편되면서 TFT가 조직되었고 인수인계 사항으로 나온 Spark를 업무에 적용해야 했었다. 기본적인 Spark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서 Pyspark, conf 세팅 등, 하루하루 해야할 게 많았고 배우고 성장하기 바빴다. 회사에서 워크샵도 갔었고 연봉협상도 처음해보고 새로 접하는 일이 많았다. 데이터 엔지니어링에도 관심이 생겨서 세션이 있으면 주말에도 참가해서 정리를 했고, 내용이 괜찮으면 이를 정리해서 블로그에 업로드를 하던가 팀원들에게 공유를 했다. 배우고 공부하는게 재밌었던 것 같았다. 팀 내부적으로도 스터디가 계속 지속되었었고 구매확률 예측과 같은 업무 내용도 흥미로웠다.

3월 4월에는 새로운 팀원들이 들어와서 팀 규모가 커졌다. 새 팀원 중 한 분은 기존에 서비스되고 있던 모델에 관심이 많았고, 해당 분야를 다뤄본 경험도 있어 모델을 고도화해보기도 했다. 모델 고도화 측면 뿐 아니라, 새 사람들이 들어오니 새로운 시각에서 서비스를 돌아볼 수도 있었고 업무 내용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이 때 갑자기 심해지기 시작하면서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기존 TFT 팀원들의 업무능력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1년도 안되는 시간만에, 나름 데이터 팀 답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6월에는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7월 부터 12월은

어떤 일에 제대로 마음먹기 시작할 때 항상 제동이 걸렸다. 개인적인 일이든 업무적인 일이든 제대로 하려고 하면 잘 안됐다. 뭐든 간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개인적인 일은 제쳐두고 일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하반기가 흘러가면서 퇴사자분들이 많이 나왔다. 개발팀에서 특히 많이 나왔는데, 오래 계셨던 분들이 주로 나가게 되었고, 이로 인해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했었다. 팀 내부적으로라도 결속시키고 싶었고, 뭐든 새로 하는 일에 열심히 하려고 했고 새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했는데, 옆에 있는 동료가 힘들어하니 잘 안되더라. 애매한 상태로 시간이 지났고, 결국 몇 명이 팀을 떠나게 되었다. 그 중에는 오래 일을 같이 하고 믿었던 동료도 있었다. 덕분에 데이터 엔지니어링 파트에 대해서 인수인계를 받게되고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여러가지 일이 한꺼번에 덮치면서 멘탈 챙기기가 힘들어졌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난리를 쳐대는 바람에 헬스장이 문을 닫게 되었고, 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이자,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운동시간이 사라지게 되었다.

운동을 계속하다가 안하게 되니까 스트레스에 대응하는게 많이 힘들어졌다. 업무적으로 힘들거나 다른 일로 힘들어도 헬스장에 가서 운동 한번 하고 오면 말끔하게 고민이 사라졌는데, 그럴 수 없었다. 동시에 목과 어깨가 아프기 시작해서 일에 집중하기도 힘들어졌다. 평소대로라면 도수치료라도 받으러 가겠지만, 굉장히 밀접하게 접촉해야하는 환경이라 가기가 꺼려졌다. 잠깐 힘들어했었는데, ‘그래 근데 뭐 어쩌라고’ 하는 생각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엄청 심하지 않으면 나가서 3키로 이상 뛰었던 것 같다. 운동하니까 확실히 나아졌다. 몸의 병이든 마음의 병이든 일단 움직여야 낫는 것 같다.

다시

멘탈이 좀 나아지니 팀을 좀 추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인원조정을 하게 되었고, 업무 담당자도 바뀌게 되어 정리를 하지 않으면 혼란이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뭘 안하기 시작했을까 생각했다. 팀이 힘들어지면서는 10시에 했었던 스크럼 미팅이 생략되었고 코드 리뷰, 문서 정리, 팀 내부 미팅과 스터디 등이 점차적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개인이 맡은 업무만 하게 되고 얻은 지식은 고사하고 진행사항도 파악하기 힘들어졌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남은 팀원들 모두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당장 스크럼을 다시 재개했고 하루에 어떤 일을 할 건지 지난 업무 진행상황과 어려운 점을 간략하게 얘기했다. 스크럼에서 다 같이 논의해서 해야할 문제가 있으면 미팅을 잡아서 따로 얘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 팀을 위한 칸반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해외 기업들의 데이터 조직의 스크럼 방식과 칸반보드 등을 조합해서 우리만의 칸반보드를 만들어냈다(물론 블로그의 다음 글은 이 내용이 될 것이다). 업무 내용을 정리하고 내년에 단기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해야할 일들을 작성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하루하루 뭘 해야할지 명확해졌고 어떤 내용을 공부할지도 정해졌다. 스터디가 자연스레 필요해졌다. 팀원들끼리 모여서 어떤 내용을 같이 공부할지 의논했고 그 내용에 대한 도서를 구매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 여러 걱정거리들이 남긴했지만, 적은 팀원들로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어떤 업무에 대해서 인원을 충원해야할 지도 명확해진 것 같다. 그리고 팀이 예전과 비슷한 정도의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이라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좋은 사람들이다.


남은 2020년에는 연차를 썼다

연차를 계산해보니 생각보다 많이 남아서 24일부터 남은 연차를 모두 썼다. 그러니까 글을 쓰고난 내일에도 나는 출근을 하지 않는다. 당장 내일은 할게 좀 많아 보인다. 회사에서 작성하라는 Self Review를 늦장부리다가 못 썼기 때문이다. 내일은 SR을 마저 쓰고 사놓은 책들을 찬찬히 볼 예정이다. 다행히도 오늘까지 보고싶었던 넷플릭스의 스위트홈을 몰아서 다 봤고, 웹툰까지 3만원을 결제해서 결말까지 봐버렸다. 방해할게 아무것도 없어서 맘 편히 책을 보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하나 걸리는 점이 있다면 목뼈가 너무 아프다는 건데, 얼른 고쳐버려서 뭘 하든 제약에 걸리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 2020년이 다 가기 전에 남은 힘든 점과 기분좋아지게 하는 점들을 써놓아야겠다.

힘든 것들

  • 목과 어깨가 스트레칭을 해도 아프다. 적어도 한 5년치 묵혀놓은 거라 잘 안풀리겠지만 치료해보자.
  • 하도 근력운동을 안하다 보니 근육이 많이 빠지고 살이 쪘다. 맨몸운동 열심히 하자.
  • 연말이 되니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적게 생각하고 연락이나 한 번 해보자.
  • 뭐가 힘든지 사실 대충 생각해놨었는데, 그 중 하나는 1년을 회고하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는 점이다. 결코 올 해는 안 좋았던 날이 좋았던 날보다 많았던 날 같고 뭔가 뒤숭숭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괜찮아졌다. 다 쓰고보니 작년보다 고민이 좀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기분 좋아지게 하는 것들

  •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3일에 한번 재택을 하는 거긴 하지만,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다가 1초만에 출퇴근하게 되는게 너무 행복하다. 물론 일은 계속 잡고있게 되서 고민이긴 하지만.
  • 골수 나얼 팬인데 최근에 나얼 님이 유튜브를 시작했다. 나얼의 음악세계 한 10년 전에 KBS 심야 라디오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 명과 동일하다. 일단 잠을 자야해서 라디오를 녹음하고 다음 날에 챙겨 들었었던 기억이 있다. 근데 이제 토요일마다 유튜브에서 LP판으로 나얼 형이 직접 틀어준다. 옛날 생각나고 너무 행복하다.
  • 직접 만든 사과잼이 너무 맛있다. 재택할때 아침마다 빵이랑 먹었는데 살 많이 쪘다.
  • 오늘 글을 쓰다가 ‘Justice Der’라는 기타 아티스트를 알게 되었다. 유튜브에 또 혜자스럽게 2시간 40분짜리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뒀다. 적어도 1주일은 들을 것 같다.
Author

SangHyub Lee, Jose

Posted on

2020-12-27

Updated on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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