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왜 써야 할까? - 고민과 정리의 시간
글또 6기를 시작하며, 고민한걸 정리하기
글또
2019년 7월에 입사를 하고 설레는 맘으로 글또 3기에 지원했을때가 생각난다. 페이스 북에 글또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열심히 자기소개를 준비해서 구글 폼을 입력하고 결국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당시에는 코로나가 없었을 때라, 잠실 쪽에 배민 작은 집을 빌려서(참가하신 다른 글또분의 도움으로) OT를 진행했다. 하필 맨 앞에 앉았어서 가장 처음으로 자기소개를 했는데, 첫 회사에 입사했다고 하니 다른 분들이 축하한다고 박수를 쳐주셨다. 이것이 글또에 대한 강렬한 첫인상이었다.
그 후 열심히 글또에 참여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이 공부하고 정리해서 글을 작성했다. 다른 분들의 피드백과 글을 통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아직 나는 첫 회사에 그대로 남아있다. 내일 채움 공제 덕분이었다. 말그대로 존버 했더니, 어느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마지막 납입을 하게 되었다. 기뻤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일을 통해 행복한게 아니라 내채공을 겨우 채워넣어서 행복한 느낌만 든 것 같았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일 자체가 너무 재밌었는데, 나는 지금 매너리즘에 빠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너리즘
매너리즘 : 예술 창작에 있어서, 늘 같은 수법(手法)을 되풀이하여 신선미(新鮮味)나 독창성을 잃는 일. 순화어는 `타성’.
출근 하고 나서의 일과는 거의 반복된다. 몇몇 이슈 때문에 변주가 일어나긴 하지만, 대개는 거의 비슷한 일들이다. 비슷한 일들. 같은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것일까? 나는 언제부터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지 못하게 되었을까? 왜 도전하고 있지 못하는가? 왜 나는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가? 등 여러 질문들이 머리에 스쳤고,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먼저 다른 사람들도 2년차 쯤에 이런 고민을 많이 할까 궁금해졌다. 한 기사에서 직장생활 권태기에 대해 조사해 놓은게 있어서 봤는데, 흥미로웠다. 기사 내용을 보니 3년차 쯤에 권태기가 온다는 비율이 23.1% 였다. 나랑 비슷한 사람들은 18.9%였다. 이 사람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반복되는 업무에 대한 지루함’(58.2%,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나 역시 그런 것 같았다. 이어 과도한 업무량, 회사 비전의 불투명함 등이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권태기의 증상으로는 퇴사 충동이 가장 많았다. 스트레스 때문에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회사를 그만둘까 까지는 가지 않았었는데. 육체적 질병도 권태기의 한 증상이었다. 사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목과 어깨가 너무 안 좋아졌고 그 외에 전반적인 몸 상태와 스트레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육체적인 증상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업무에 대한 집중도도 많이 낮아진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재밌는 일이 생기면 힘든지도 모르고 계속 일을 붙잡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중요한 건 업무에 대한 흥미인 것 같았다.
이유
나의 진짜 이유를 생각해보려고 ‘이유’를 적어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알게 된 것은, 내 업무 환경이 너무 산만하다는 것이었다.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가만히 내가 일하는 것을 떠올려보니, 잡다한 이슈들이 많았다. 일을 조금 해보려고 하면, ‘지금 추천 아이템 잘 쌓여있는거 맞지?’, ‘API 제대로 동작하고 있나요?’, ‘신규 고객사 세팅 좀 부탁해’, ‘~건 관련해서 의견 부탁드려요’ 나 기타 회의 등등 바로바로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그 외에 신입으로 오신 분의 업무를 체크하고 잘 하고 계시는 지에 대해 파악을 해야해서 은근히 신경쓰이는 일도 존재했다. 기타 등등, 2년차 실무자가 이거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내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중이다. 이렇다 보니 진짜 내 업무를 하는 중에도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 같았다. 업무 환경이 정리되고 내 일을 하면 되는데, 왠지 모를 불안함과 산만함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집중이 잘 되지 않으니까,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기 힘들었고 하던 일만 계속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다. 현재 데이터 사이언스 팀에서 하는 일들을 다른 팀들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일이 굉장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 A/B테스팅 플랫폼이라던가 추천 모델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을 공유해도 참 설득하는 게 어렵다.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보니, 한 아티클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생각하기 귀찮아하고 한 번 믿으면 바꾸려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생각과 믿음을 바꾸는 데는 굉장한 에너지가 들고,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을 힘들어한다.’ 꼬젯님의 글이었다. 이 분도 글의 마지막에서 지치고있고 일 할 기력도 부족했다고 남기셨다.
나를 많이 도와주셨던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앞으로 시간관리하고 일을 쪼개는 능력이 인생에서 참 중요해질 거야, 젊었을때는 그냥 밤을 새거나 해도 큰 무리가 없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게 잘 안되고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돼. 시간을 잘 사용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나누는 걸 많이 훈련해놔야 할거야.’
지금과 같은 힘든 일도 거쳐가야할 성장통이겠지. 일의 우선순위를 잘 나눠서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걸 연습해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야 겠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
힘든 상황이고 글을 쓸 여유가 많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슬랙에 글을 작성했다는 알람이 와서 다른 분들의(대부분은 다짐글) 글을 봤다. 앞으로의 작성할 글의 계획과 글또를 지원한 계기 등이 눈에 띄었다. 밝은 느낌의 글들이 참 많아서 읽으면서 나도 힘을내게 되었다. 그런데 나의 글을 다시보니 밝은 색감보다는 회색 빛에 가까운, 일에 쩌든 듯한 느낌이다. 첫 글부터 회색 빛이라 읽으시는 분들께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2년차나 또는 직장생활 중에 한 번은 마주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감정을 가진 다른사람들이 이 블로그를 들락날락하다가 ‘’이런 사람도 역시 있구나”하며 글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같은 사람이기에 누군가의 감정 정리 방법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적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개발 글 쓰기 모임이다. 개발과 관련된 글감을 찾아야 하기에, 공부해야 하고 정리하는 게 습관화 되어야 한다. 아마 이 생각마저 없었더라면 더 정체되었을 것 같다. 글또 6기에 참여할 생각은 진작부터 있었기에 노션에 개인 공부용으로 정리된 내용들이 보관되어 있어서 어느정도 보완하고 정리해 글을 만들어서 올릴 생각이다. Hadoop에 대한 기본 개념과 Spark와의 연결, 개념.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에러 로그들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한다. Kubernetes에 대한 관심이 꺼지지 않고 있다. 사용 중인 Airflow를 Kubernetes로 옮겨보면서 개념을 익히고 여기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MLOps에 대해서 꾸준히 다뤄 보고 싶어서 BentoML이나 KubeFlow 등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개발하면서 마주하는 자잘한 이슈들과 성장한 내용들을 성실하게 작성해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 이번 기수의 목표였다. 뿐만 아니라, 글을 작성하는 행위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다른 분들 글을 관심있게 보면서 피드백을 드리고 나의 글에 반영해볼 생각이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머리가 조금 커졌다고 어설프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열의를 가지신 글또의 다른 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나가고 성장해야겠다. 지쳐있어서 그 동안의 주말에 누워만 있었는데, 오늘부터는 뭔가 힘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 해야할 일을 하나씩 해 나가면서 주말을 마무리하고, 한 주를 시작할 준비를 해야겠다. 글은 힘이된다.
글을 왜 써야 할까? - 고민과 정리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