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과정, 그리고 얻은 것

이직의 과정, 그리고 얻은 것

인수인계서를 작성하면서 쓰는 이직 후기.

이직에 성공하다

2년 4개월. 첫 입사한 회사에서 벌써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고 재밌었던 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건 대략 5-6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결실을 맺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비도 준비지만 이직과정에서 느낀 건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있어야한다, 즉 운칠기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이직 과정에서 운이 없었다면 이직에 도전하는 데에도 시간이 더 걸렸을지 모르고, 면접에서 탈락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항상 겸손하게, 묵묵히 할 일을 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직 과정

저의 첫 면접은 7월이었습니다. 7월초에 링크드인을 통해서 N사의 데이터 엔지니어 직무를 제안을 받게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이직에 대한 생각정도만 갖고 있어서, 이력서나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3일 안에 이력서를 채우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조금 급하다는 느낌이 들긴했지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전달했습니다. 서류는 통과가 되었고 1차 전화면접을 준비했습니다. 아무래도 대기업이다 보니 기본적인 내용이 나올 것 같아, API나 네트워크, CS관련 내용들, 파이썬 기본 개념들을 다시 봤습니다. 몇몇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전화면접까지 통과가 되었습니다. 사실상 거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볼 수 있는 기술 면접 일정이 잡혔고, 제가 했었던 프로젝트와 그 프로젝트에 들어가 있는 기술 내용들을 더 깊이 공부했습니다. 사실 경력직 이직 면접이 처음이라 어디까지 질문이 나올지 몰라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유일한 취미였던 운동마저 포기하고 건강이 점점 안좋아지는 걸 느끼면서 나름 준비를 마쳤습니다. 기술면접은 자그마치 3시간이었습니다. 면접관 세 분이서 한시간씩 사용하셨고, 약 30-40분간의 라이브 코딩시간이 있었습니다. 라이브 코딩은 한 번만 할 줄 알았는데,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라이브 코딩 외에 질문들은 대개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은 일부분이었고, 하둡의 어떤 개념을 아는지? 스파크의 어떤 걸 아는지?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의 문제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면접 결과는 불합격이었습니다. 그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이력서나 포트폴리오에 없는 기술들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난처했었습니다. ‘’관련 기술이 없는데 왜 기숢면접까지 부른거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어찌 됐든 저의 부족한 점을 느낄 수 있었고, 대기업의 프로세스를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드는 면접이었지만, 느낀 것은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급하게 2주일정도 준비를 하느라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면접 전에 너무 지쳐있었고, 기술 내용들을 다시 숙지하기에도 벅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준비해야할 리스트들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직을 위해 필요한 것

저의 부족한 점을 곰곰히 생각해보며 리스트화 해봤습니다.

  • 코딩 테스트
  • 알고리즘
  • 이전 프로젝트 기술 숙지
    • Docker
    • Spark 등등

라이브코딩로 한 번 시달리고 나니, 코딩 테스트로 시간 뺏기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막 문제를 풀까? 생각을 해봤는데, 한 번도 제대로 코딩 테스트 교육을 받은 적이나, 자료구조를 정리해 본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맘을 독하게 먹고 약 40?만원 정도 하는 강의를 꼼꼼히 살펴보고 담당 매니저와 통화까지 한 다음 바로 결제를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약 5-6주동안 열심히 이론을 공부하고 실습 문제를 풀었습니다. 문제를 풀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을 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스택, 큐에 대한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았는데, 이럴 때는 관련 문제들을 리스트업하고 내가 세운 문제 해결 전략이 잘 들어 맞는지, 안 맞았다면 어떤 게 문제가 되었던 것인지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전 프로젝트 기술 숙지를 하는 부분에서, 사실 한 게 너무 많아서 건드린 기술 스택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답을 하지 못할 것 같거나, 너무 얕게 본 기술, 그리고 서비스화하려다 실패한 프로젝트는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기술을 다시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고, 왜 이렇게 했는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고민해보고 다시 고쳐보고 고도화 하면서 체화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준비를 하는 도중에 또 하나의 메세지가 오게됩니다.



준비한 걸 쏟아내기

참 신기했던 건 거의 한 날에 이직관련 메세지가 동시에 전달되었다는 것이였습니다. 물론 그 중에 제일 처음으로 받은 메세지는 바로 이직하기로 결정한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에 대한 정체는 글 마지막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스크롤 드르륵). 맨 처음 이직 준비를 하던 때와는 다르게 당황스럽거나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해보지 뭐', '문제없어'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 준비를 해놓고 나니 그 이후의 준비는 훨씬 수월했습니다. 정리를 해놨기 때문에 다시 보기에도 편했고 머리에 이미 정리되어 있어 다른 곳에 시간을 더 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술이나 저에 대한 이야기를 다 정리해 놓은 다음, 회사에 대해서 더 자세히 공부하고 면접에 들어갔습니다. 회사에 대해서,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가면 할 얘기가 훨씬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약 4-5개의 회사에 대해서 면접을 봤는데, 저의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에서는 한 회사를 제외하고는 크게 막히는 부분은 없었고 수월하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면접 마무리 때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해달라라고 하셨을 때, 파이프라인에 대해 궁금한 부분들을 물어봤고, 고도화 방향이 어떻게 되는지, 오픈소스나 클라우드 제품을 어떤 것을 쓰는지를 질문했습니다. 기대와 다른 부분도 있었고 기대대로 좋은 스택을 지닌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이 질문에서는 잘 보이기 위해 질문을 한다기 보다는, ‘’나도 면접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나도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싶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면접때 잘 풀리지 않았던 한 회사는 중고거래 회사였습니다. 세션을 보다가 너무 멋진 데이터 엔지니어가 있어서 같이 일해보고 싶은마음에 지원을 했습니다. 면접에서 막혔던 부분은, 저도 회사에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었습니다. 로그 처리에 관한 것이었는데 한 번 면접관이 이해가 가지 않기 시작하면, 다른 부분에서도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회사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했었던 적이 있는지라,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했지만, 저조차 이해가 안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아쉽지만 불합격!



결정

면접이 모두 마무리되었고, 최종적으로 두 회사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두 회사의 성격이 완전 달라서 한 회사를 선택하면 길이 달라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 A 회사
    • 새로오신 팀장님 (같이 일한 동료를 통해 들었을 때 훌륭한 분!)
    • DE팀이지만 DS일도 같이 할 수 있음
    • 잡플래닛 등 평점 안 좋음
    • 복지는 조금 부족…
  • B 회사
    • 코로나 이후에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됨
    • 엔지니어링 + 개발만 할 것 같음
    • 평점 좋음
    • 복지 괜찮음



두 회사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위와 같았습니다. 제시된 연봉은 비슷했기 때문에 돈, 사람, 일 중 사람과 일을 갖고 선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보가 너무 없어서 주위에 도움을 많이 요청했습니다. 회사의 분위기가 어떤지 기술이 어떤지… 등등 그러던 중에 글또 모임의 장이신 성윤님께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예전 성윤님이 회사를 선택하실때 글에서 관련내용을 본 적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로 연락을 드렸고, 흔쾌히 상담을 해주셨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많은 얘기들을 해주셨는데, 주된 얘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잡플래닛 별점? 별로 신경쓰지 마라
    • 볼거면 개발직군의 별점이 어떤지 따로 볼 것
    • 새로 만들어진 팀일 경우, 별점은 더욱 더 의미가 없다
  • 연봉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성에 무게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 연봉은 나중에 일을 잘하게 되면 알아서 따라올 거다
    • 어디에서 능력을 키울 수 있는지가 중요
  • 돈, 사람, 일 중에 돈이 가장 숫자가 명확하다 하지만
    • 사람과 일은 부딪혀보면 나오는 정보가 많다
    • 회사에 인터뷰를 요청해서 사람과 일에 대해 후회없이 물어봐라
    • 힘든 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을 해주는 지 알아봐라, 힘든 포인트를 예상해서 어떻게 답변하는지 체크해라
      • 팀원들이 힘들어하면 어떤 조치를 하시는지, 실례가 있었는지 등
    • 사람보다는 회사의 문화가 더 중요하다. 사람은 나가면 그만이지만, 문화가 잘 만들어져 있으면, 좋은 사람은 다시 나온다.
  •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를 더 생각해보자
    •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를 바탕으로 회사를 비교해보자
    • 이직할 회사에 찜찜한 점이 있다면 질문으로 바꿔서 질문해보자



상담을 하고 나니 너무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의 반 이상을 일하면서 지내는데, 그냥 하나 선택해서 될대로 되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두 회사에 티 타임을 요청했고, 질문리스트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같은 날에 티 타임 미팅이 잡히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티타임

첫 번째 회사(위에서 정리한 B 회사)는 인사팀 분의 안내가 좋았습니다. 친절히 맞아주셨고, 엔지니어 팀분들과 얘기를 나누기 전에 회사를 한 번 구경시켜주시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회사 구경을 쭉 한 다음 미팅룸에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데이터 플랫폼팀은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지?

  •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 주로 어떤 사람과 일을 하게 되는지
    • 내가 주로 의사소통하는 대상은 누가되는지
  • 팀 조직 구성은?

  • 업무하시면서 재밌으셨던 일은

  • 리드분은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시는지,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계속 하고 싶으신지

  • 어떤 문화를 만드실 계획인지

    • 스터디나 성장하는 문화 등
  • 팀에서 힘들어하는 팀원을 어떻게 캐치하시는지?

    • 그런 팀원이 있다면 어떻게 케어하시는지
  • 저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질문에 대해서 하나 하나 얘기해주셨고, 실제로 동작하는 파이프라인까지 보여주셔서 감명이 깊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맡게되는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셔서 제가 어떤 일을 하게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해보면서 팀에서 어떻게 일이 수행되는지, 사람들의 스타일은 어떤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확실한 건 역시 개발-엔지니어링 쪽으로 특화되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회사로 가기 전 잠시 카페에 와서 내용들을 정리하고 이 회사에서 일하면 어떨지를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그 부분을 이 회사에서 채워나가고 잘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현재 회사의 팀원들이나 분위기들을 한 번 비교해 봤습니다.



두 번째 티타임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회사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살펴본 뒤 두 번째 회사(A 회사)로 향했습니다. 라운지에는 팀장님이 나와계셨고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굉장히 캐주얼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질문 리스트에 있는 얘기부터, 일과 아카데미, 취미 등등 자연스럽게 얘기가 흘러갔습니다. 일도 일이었지만, 이전 회사에 비해 자연스럽게 대화가 흐른 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 개발이나 데이터 엔지니어링이나 코드를 많이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필수적입니다. 여러 경험으로 봤을 때,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을 때 일이 진도도 안나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많았었습니다. 팀장님과 무려 한 시간 정도 이야기(거의 수다에 가까운)를 하고 HR분과 다시 이야기를 한 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회사를 갔다오고 나서 느낀 건 내가 진짜 원하는 회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화가 되는 팀에서 일하고 싶다" 이것이 이직을 하면서 얻은 것 중 하나였습니다. 생각이 정리된 후, 저는 두 번째 티타임을 가진 회사로 간다는 의사를 해당 회사에 전달했습니다.



결정 후

연봉협상이 마무리되고 현 회사, 전 직장이 될 회사에 이직 사실을 밝혔습니다. 팀장님은 많이 놀라신 것 같았지만, 축하한다고 해주셨습니다. 이후에 이사님과 면담이 잡히고 그래도 1주일 정도는 생각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바로 아니라고는 말을 못할 것 같아서 그 다음주에 제 생각에는 변합이 없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제가 들어오고 데이터 팀이 꾸려지기 시작해서, 많이 아쉬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대표님 면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팀을 꾸리면서 시작했던 슬랙과 봇들, 그리고 노션에 정리한 글들을 다시한번 보면서 아쉬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내가 한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걸 해왔구나 되뇌었습니다.



오늘 부로 퇴사일이 정리되고 출근날이 정해졌습니다. 12월 중순부터 이제 새 회사인 컬리의 데이터 엔지니어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만큼, 후회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일하고 성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성공적인 스타트를 한 회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폭발적인 성장에 기술적으로 어떻게 대응했고, 대응하고 있는지를 경험해보고 싶네요.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잘 마무리하고 재충전을 하면서, 어떻게 팀에 기여를 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할지를 좀 더 정리해봐야겠습니다. 도움과 응원을 보내 주신 글또 여러분들과 성윤님, 그리고 데이터 사이언스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글을 통해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직의 과정, 그리고 얻은 것

http://tkdguq05.github.io/2021/11/18/Moving/

Author

SangHyub Lee, Jose

Posted on

2021-11-18

Updated on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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